오늘은 여수의 두문포 조용한 바위 끝에 다녀왔다.
정확히 말하자면, ‘가만히 있고 싶어지는 바위 끝’.

낚시대를 들고 묵묵히 서 있는남자친구 뒷모습과

그 옆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는 뽀얀 강아지.

내가 사랑하는 두 존재가 만들어준 풍경은
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잔잔해졌다.
해가 뜨겁지 않아도 파라솔을 펴고
접이식 캠핑 의자에 댕댕이와 난 나란히 앉았다.
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면
그게 바로 오늘이었을까.
파도는 고요히 다가오고,
기분 좋은 바닷바람이 살짝 귓가를 스치고,
마치 여긴 시간이 멈춘 것 같았고
나는 자꾸만 생각했다.
“아, 아무것도 안 해도 좋은 하루가 있구나.”

✿ 그리고 저녁, 따뜻하게 채워지는 하루의 끝
낚시를 마치고 찾은 식당.
문어, 오겹살,관자,새우, 갓김치,구운김
그리고 소박하지만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들.
무엇보다 조용히 앞에 놓인 ‘화요’ 한 병이
오늘 하루의 마침표처럼 느껴졌다.

요즘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.
어떤 날엔 기분이 가라앉고,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 다 티가 났던 날이 있다
그런데 남친은 아무 말 없이,
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다른 즐거운 일상으로 나를 데려가곤 한다.
낚시를 가자고 말하던 날,
그저 조용히 바위 끝에 의자 두 개를 펼쳐주고
한 마디 없이 낚싯대를 내밀었을 뿐인데,
그 순간, 이상하게 마음이 풀리고 있었다.
그리고 오늘 저녁,
화요 한 잔에 삼합을 구워 먹으며 웃고 있는 내 모습이
스스로도 신기했다.
짜증을 냈던 게 미안해질 만큼,
지금은 너무 행복하니까..
그 사람은 늘 그렇게,
말보단 행동으로
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사람이다.
나는 가끔 생각한다.
지금 남친은 여태 내가 연애해온 사람들 중에
가장 나에게 ‘행복’을 주는 사람이구나, 하고.
그 행복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
내가 스스로 단단해지는 느낌을 주는 진짜 행복.
기댈 수 있어서가 아니라, 함께 있으니 내가 더 강해지는 감정.
그건 아무나 줄 수 있는 게 아니란 걸,
이제는 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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